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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디자인: 에듀테크, 블렌디드, 인공지능

미래교육

by 디지털 구루 2021. 7. 25.
1925년,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의 답변에 따라 보상이나 강화를 제공하는 교수기계(teaching machine)가 최초로 개발되었다. 1960년, 최초의 컴퓨터 활용 교수 시스템(computer-assisted instruction system)이 만들어졌다. 현대의 다중 사용자 환경 개념(포럼, 메시지 보드, 온라인 시험, 이메일, 채팅룸, 이모지, 메시징, 원격 화면 공유, 다중 플레이어 게임 등)이 이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8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런 컴퓨터 환경은 대중화되어 실생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게 쓰고 있다. 지난 세기 말에 개발된 기술이 서서히 발전하고, 인간의 생활이 그에 따라 바뀌어갔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 우리나라 학교환경에 제대로 도입된 것은 아마 올해가 첫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컴퓨터 기술을 수업에 활용하고자하는 정책과 교사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관련 연수, 몇 배의 연수 참가자, 무엇보다 연수에 참가하는 교사들의 관심과 열정적 태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겨우 1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이다.

 

그런데 교육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많은 교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격차는 심각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보람이 남기는커녕 자괴감만 남는 느낌이다. 이런 문제와 우려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미래교육은 없다.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이해하고 교실에 적용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면 교사와 교육은 진정한 역할을 잃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까? 그 해답을 시대의 변화와 인간이 처한 위기에도 잃지 않을 그리고 잃으면 안되는 인간의 능력에서 찾아보자.

미국의 한 시인이 말하기를,
“인간이 가진 축복은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두 가지 인간의 힘을 잃지 말고 교육을 고민해보자.

 

해결방안 1: 질문하는 힘과 디지털 도구

질문하는 능력이란 인간의 탐구하는 능력, 즉 인지적 능력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우리가 수업에서 다루고자 하는 인지적 능력은 블룸의 학습목표분류법을 떠올리면 된다. 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 분석하기, 종합하기, 평가하기 등이다. 흔히 묘사하듯 이 5가지 지적능력을 위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색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수업에 적절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좋다.

 

각각의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디지털 도구를 생각해보자. 첫째, 기본적인 지식은 암기가 필요하다. 암기는 지루하다.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자(gamification). 이와 같이 수업과 학습을 돕는 도구는 클래스카드(classcard), 퀴즈렛(quizlet), 퀴지즈(quizzez), 퀴즈엔(quizn), 카훗(kahoot) 등이 있다. 전통적 방식의 암기나 평가방식과 다른 점은 실패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다시 도전하게끔 하고 그것이 즐거운 일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게임처럼 말이다. 둘째, 사람마다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같은 내용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전달하는 것이 쉽다(multimode). 학생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집중해서 읽기가 힘든 학생들은 듣게 하고(text-to-speech technology), 듣기보다 읽기가 편한 학생들은 읽게 하면 된다(speech-to-text technology). 오피스 제품에 포함된 몰입형 리더 (immersive reader)와 받아쓰기(dicatation) 기능을 활용하자. 영상이 편한 학생들에게는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영상을 제공하되(유투브, 에드퍼즐, 스트림 등), 관련없는 영상으로 관심을 돌리지 않을 장치를 가진 플랫폼인 에드퍼즐(edpuzzle)이나 스트림(stream)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식이나 이해활동과 달리, 적용·분석·종합·평가의 경우 디지털 도구의 특징보다 교사의 생각과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 같은 도구라 하더라도 교사의 수업디자인에 따라 그 기능이 잘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운 내용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도구로 마인드맵(알맵, 마인드마이스터 등),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 문서(워드, 시트, 프리젠테이션, 스웨이 등), 위키(위키피디아와 같이 협업해서 만드는 백과사전 형태를 만드는 활동, 웨이크릿, 팀즈의 위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배운 지식을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보도록 하는 것은 교사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적용과 평가는 학생들이 서로의 활동을 보고 어떠한지 판단하여 서로 피드백을 교환하는 과정에서도 적용되는 인지 활동이다. 이런 활동을 활성화시키려면 위에서 말한 협업 도구에 포함되어 있는 채팅 기능을 적극 이용하도록 권장해야한다. 협업을 위해 토의를 하고 협업과정 내내 학생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배운 지식이 잘 적용되는지, 상대방의 지식 적용이 타당한지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하면 적용·분석·종합·평가 활동을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인지적 발달만큼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기능의 발달이다. 메타인지는 학습을 계획하고 학습과정을 지속적으로 돌아보며 자신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구글캘린더(calendar.google.com)나 오피스의 플래너(tasks.office.com)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과정을 체크하는 것을 돕는다. 이 도구들의 장점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협업으로 모두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습을 돌아보게 하고 부족한 점을 메우도록 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훌륭한 메타인지능력이다. 그런데,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에게도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쉽게 도움을 요청할 방도를 마련해주어야한다. 익명으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멘티미터, 솦박스 등)를 활용해보거나, 교사만 들을 수 있도록 녹음파일(원노트의 녹음기능)을 전달하게 할 수 있다. 혹은 학생들과 함께 질문이나 도움요청을 할 때 시작하는 말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요기요라고 메시지 보내기, 팀즈의 이모지 중 질문의 이모지 정하기 등). 이런 전략은 사소한 듯하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을 낮추어(lower anxiety), 쉽게 손을 내밀도록 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다.

 

해결방안 2: 사랑하는 힘과 디지털 도구

사랑하는 능력이란 나와 주변인을 아끼는 마음일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간 힘들지 않다. 학생들의 장벽은 디지털 기술 활용뿐만이 아니다. 자기조절능력(self-regulation)과 주체성(agency)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조절능력에는 위에서 논의한 메타인지능력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 능력을 타고난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숙한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소통이 필요한데, 이것 역시 디지털 도구의 도움으로 효과적으로 실현가능하다. 평가할 경우 반드시 피드백이 제공되도록 구성하자. 자동 피드백이 주어지는 도구나 미리 입력한 피드백이 제공되도록 디자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디지털 평가 도구들이 개별 피드백이 즉시 전달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활용해보자.

 

학생들은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조절능력과 주체성을 기를 수도 있다. 다시 협업이라는 주제가 중요해지는 부분이다. 협업활동을 할 때에는 분업(일을 1/n으로 나누어 각자 수행한 후 모아서 제출하는 형태)가 아닌 진정한 협업(과제 수행의 모든 과정에 토의와 피드백 교환이 이루어지는 형태)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하자.

 

무엇보다 교사 자신이 지친다면 이 모든 것은 소용없다. 코로나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벌써 많은 교사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지치지 않고, 행복한 교육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교사의 자아효능감(self-efficacy)가 낮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교사들과의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또래의 역할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교과지도와 관련된 지식, 온라인 수업 운영을 위한 디지털 기술, 학생들과 소통을 위한 교실 운영 전략, 감정적 지지를 공유하는 네트워크(professional learning network)가 필요하다. 이전에는 오프라인 활동이 주가 되어 전문적 학습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가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제 언제 어디서나 서로 협력하고 지지할 수 있는 연결된 교육자(connected educators) 모임이 있다. 가까이로는 각 학교에서 같은 학습관리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서로 돕고 배우는 다양한 모임이 있을 것이다. 또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밴드, 페이스북 등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미 주제별, 도구별 모임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21세기 블렌디드 러닝

미래는 바로 지금이다. 21세기,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인 이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와 우리 학생들에게 어쩌면 수학능력, 외국어능력과 같이 측정 가능한 하드 스킬(hard skills)보다 일을 헤쳐나가고 여럿이 함께 하는데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문제 해결력, 자기조절능력,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회복 탄력성 등이 그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나와 주변을 돌아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효과적으로 기르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도구뿐만 아니라 또래학생과 동료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 그리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블렌디드 수업을 적용해야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