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디드, 피할 수 없나
이제 ‘블렌디드’를 수업운영 방식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나 문화로 이해할 때다.
블렌디드 문화에 우리가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예로 요즘 유튜브에 등장하는 인기있는 인물 3명을 만나보자. 영등포 상가번영회 회장 '이택조 - Google Search'라는 사람이 있다. '한사랑 산악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등산이 취미인 50대 아저씨로서 말투와 옷차림, 세수하는 모습까지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인물은 'B대면 데이트'라는 콘텐츠에서 항상 정돈된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으로 인기를 끄는 ‘이호창 - Google Search’이라는 인물이 있다. 세 번째 인물은 ‘매드몬스터’라는 그룹의 ‘제이호 - Google Search’라는 가수인데,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세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이다. 외모, 말투, 행동이 전혀 달라보이는 이들 세 사람은 이창호라는 개그맨이 유튜브라는 세상에서 여러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데, 이 사실을 알거나 모르거나 팬들은 그의 콘텐츠를 즐겁게 소비하고 있다. 팬들의 댓글을 읽어보면 여러 개의 허구적 세상과 현실 세상이 공존한 상태에서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두 번째 예는 ‘메타버스’이다. 초월한다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서, 오프라인 세상과 연결된 온라인 세상을 말한다. 메타버스의 모습과 특징은 최근 있었던 아이돌 그룹 BTS의 공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장에서 공연을 개최하는 기회가 줄어든 와중에 온라인 세상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 장소는 바로 '포트나이트(fortnite)'라는 게임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소통하는 공간인 '파티로얄(party royale)'이었다. 여기서 BTS는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전세계 팬들 4억명이 관람했다. 콘서트 도중 BTS의 춤을 따라 출 수 있는 아바타를 판매했고, 많은 관람자들이 그 아바타를 구매했다. 이때 포트나이트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로 지불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많은 팬들이 아이돌의 춤을 따라하는 것처럼 이 온라인 세상에서도 아바타들이 BTS의 춤을 따라했다 (45) Fortnite BTS DYNAMITE CONCERT at Party Royale (Official Music Video Choreography ver.) - YouTube 그렇지만, 실제 공연장에서는 관람자들의 좌석이 무대와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공연을 더 실감나게 즐기는 정도가 달라지지만, 이 온라인 세상의 공연에서는 모든 관람자들이 공연을 가까이 즐길 수 있었다.
현실과 가상세계,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교실과 교실 사이의 벽, 학교의 담, 교과의 경계를 뚜렷이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블렌디드의 시대에 살고 있다.
수업과 평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블렌디드, 메타버스의 세상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수업을 디자인해야할까?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역량중심 교과교육과정으로 변화하고 하고 있다. 그러니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수업을 디자인해야만 할 것 같다. 교사의 자율권이 아주 적은 우리나라 교육체제에서는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 교육과정총론에 ‘역량’으로 표현된 의사소통기술, 정보처리기술, 창의적사고, 자기관리기술 등을 기를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해야한다. 그러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기본적인 문해력이나 이해력은 역량에 포함되지 않는가?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담론에서 이런 문해력은 역량에 포함되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역량’의 뚜렷한 정의를 공유하지 않고, 지식 습득을 지양하고 역량 함양을 지향하는 이분법적인 태도를 지닌 채로 역량중심 교육을 외치는 모습이다. 아직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은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역량을 연습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역량과 지식의 정의, 교육방향에 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자신의 수업을 디자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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